

- 별 보러 가는 캠퍼스물 버드케일
- 캐붕주의
- 천체 관측의 ‘천’도 모름 주의
“받아.”
“오, 망원경으로 보는 거야?”
내 팔자야. 케일은 속으로 과거의 자신을 욕했다. 동아리에 사람이 없다며 이름만 올리게 해줬을 뿐인데, 야밤에 정말 별을 보러 오게 될 줄이야. 기가 막힐 일이지만, 심지어 자신이 유경험자, 그러니까 나름 ‘선배’로 가는 거였다.
“맨눈으로 보는 건 한계가 있으니까. 오늘은 맛보기로 보고 괜찮은 것 같다 싶으면 나중에 나랑 남도나 한번 가던가.”
여름밤의 남도는 별 바다가 하늘에 펼쳐진대, 라고 동아리장 로잘린이 말했던 게 생각났다. 마치 본인이 낸 아이디어인 것처럼 행동한 케일은 자신이 연기에 재능이 있다고 생각했다.
“거기서 1박 2일 하려고?”
“그럼 야밤에 운전해서 서울 오게? 졸음 운전하다 골로 간다. 돈은 그럴 때 쓰라고 있는 거야.”
“으, 으응.”
내 말은, 너랑 같이 방 쓰냐고 물어본 건데. 버드는 저도 모르게 침을 꼴깍, 큰 소리 내어 삼켰다. 주변이 고요해서 더 소리가 크게 나는 것 같았다. 사방이 어두웠다. 밝은 빛이 있으면 별을 제대로 볼 수 없으니, 폰에 있는 손전등 기능도 물어보고 사용해야 했다.
어둠 속에서 눈을 부릅떴지만, 눈이 어둠에 익숙해지는 것과 눈에 몰리는 피로감은 다른 문제였다. 버드는 운전을 오래 해서 눈이 뻑뻑했다. 1시간 이상 차를 몰았더니 눈에서 다른 별이 보였다. 밤늦은 시간이 되면 까무룩 잠드는 인간이라 그런지 졸음은 한없이 쏟아졌다.
“어쩌다가 별 보는 게 취미가 된 거야?”
“그냥. 볼 건 다 본 거 같아서.”
케일이 대충 얼버무렸다. 어둠 속이라 눈을 마주치기 힘들다는 건 알지만, 괜히 시선을 피하려고 트렁크에서 무언가를 더 꺼내기 시작했다.
“부잣집 아드님 같은 소리네.”
“집에 돈이 많긴 하지.”
잠시 대답이 없더니 넙죽 인정해버렸다. 버드는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그게 딱히 나쁜 뜻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던 케일은 버드의 어깨를 툭 치고 지나가며 말을 던졌다.
“조용하게 나만 있을 수 있는 것도 마음에 들고.”
“방패 공자다운 말이네.”
학내 교우 관계가 심각하게 좋은 케일의 별명이었다. 걸음을 옮기면 옮길수록 주변에 사람이 많아지는 현상을 두고 붙여진 거였다. 인간으로 방패를 만들고 다니는 병약한 공자님 이미지라나. 케일은 그 별명을 끔찍이도 싫어했다. 본인이 생각하기에 그는 전혀 병약하지 않았고, 매우 심신 건강한 청년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제 주변 사람들을 방패로 삼고 싶은 생각도 없었다.
“그 별명 별로야.”
“알겠어, 알겠어.”
케일이 불만스럽게 투덜거리자, 버드가 재빨리 손사래를 쳤다.
“주변에 사람이 많다는 건 좋은 거지만, 가끔은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할 때가 있어. 조용한 곳에서 혼자 시원한 바람 맞으면서 예쁜 것도 보고, 좋잖아.”
“-그러게.”
시원하다기보단 쌀쌀하다는 표현이 맞았다. 기온이 내려가고 먼지가 가라앉으면서 하늘이 맑았다. 말 그대로 겨울다운 밤이었다. 밤하늘은 밝은 별로 반짝였다. 버드는 코끝이 얼어붙는 것 같았지만, 검은 하늘을 올려다보며 눈에 별을 담는 케일에게 눈을 뗄 수 없었다.
‘예쁜 것도 보고’. 맞는 말이었다. 예뻤다, 별을 보는 케일의 암갈색 눈동자가.
“은하수도 볼 수 있어?”
“볼 수는 있지만 겨울이라.”
“의외네. 겨울이라 뭐든 잘 보일 줄 알았는데.”
“은하수는 여름에 봐야 제일 잘 보여.”
-라고 로잘린이 속성으로 알려줬다. 케일은 자신의 뛰어난 기억력을 속으로 칭찬했다. 애초에 이 사태를 막지 못한 자신의 행동을 탓하기보단, 현재의 임기응변 솜씨를 칭찬하기에 이르렀다. 이런 걸 해탈이라고 하는 것일지도 모르지만.
버드가 폰으로 손전등을 켜는 동안 케일은 조금 어설프긴 하지만 삼각대를 설치하기 시작했다. 생초보라는 거, 눈치채지 못했겠지? 케일은 원래 시간이 오래 걸리는 척했다. 삼각대에 망원경을 고정하고 초점을 맞추었다. 흐릿하게, 다양한 잔상으로 보이던 것을 하나로 만들었다. 나쁘지 않은데? 처음 보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감탄할 정도의 해상도를 만든 케일이 망원경에서 얼굴을 뗐다.
“달 먼저 봐봐.”
“망원경으로 보면 뭐 좀 다르, 오우, 야아, 다르네…….”
평소에도 슈퍼문이라던가, 블러드문이라던가 하는 큰 달을 맨눈으로도 볼 수 있는데, 달은 너무 흔하지 않나? 그러나 버드는 케일과 자리를 바꾸자마자 생각도 바꾸었다. 돌변한 버드가 재미있는지 케일이 옆에서 키득거렸다.
직접 본 달은 눈이 시리도록 아름다웠다. 이는 눈을 감지 못할 정도로 쳐다보느라 아름답다는 뜻이 아니었다. 눈이 시릴 정도로 달이 밝았다. 그리고 아름다웠다. 사진이나 영상으로 보는 것과 망원경을 통해 실제로 보는 것은 차이가 컸다. 버드는 입안이 마르도록 입을 벌린 채 달을 구경했다.
“나 다른 것도 봐도 돼?”
“안될 게 뭐 있어. 직접 조작해 봐.”
버드가 신이 나서 달과 주변의 별을 보기 시작했다. 버드는 무엇을 보는지 알 수 없지만 연신 환호했다. 뒤로 물러난 케일은 적당히 호응해주면서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
따라가겠다고 말하는 놈치고 진짜 따라오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그건 대부분 천체 관측을 취미 삼은 사람들이 공감하는 경험이었다. 설령 따라 나와도, 처음 몇 분 정도만 신기해할 뿐이었다. 정말 별을 좋아하는 소수의 사람이나 망원경을 새로 사서 따라나섰다. 같이 새로운 장소를 찾고, 오만 앱을 깔아서 별들의 위치를 찾는 사람. 그런 사람은 정말 찾기 힘들다고 로잘린이 말했다.
케일은 애초에 로잘린이 동아리를 만드는 것에 관심이 없었다. 그게 천체 관측 동아리라는 것도, 그녀가 입부자가 없다면서 그에게 씨근덕거리며 오지 않았다면 평생 몰랐다. 그러니까 케일은, 알퐁스 도데의 ‘별’을 볼 때도 무미건조했고, 한때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유행한 ‘오리온자리 아래에서’처럼 시답지 않은 노래에도 별에 관심이 없었다. 케일은 멍하니 하늘을 쳐다보는 것에 매력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이었다. 주변에 화장실도 없는 야외에서, 그것도 야밤에! 사막에서 바늘을 찾는 것과 다를 바 없는 그 행위를 취미로 규정하는 것도 신기하게 생각했다.
“어디 갔다가 이제 왔어, 친구야~!”
“너무 많이 마신 거 아냐?”
걱정을 담아 어깨를 툭툭, 쓸어내리는 손길은 가벼웠다. 손에 담은 감정이 그렇지 못해서 문제일 뿐. 이 박복한 자식. 케일은 입안에 주먹을 쑤셔 넣는 기분으로 술에 취한 버드 앞자리에 앉았다. 자연스러웠겠지? 그래야 할 텐데. 신입생들 몰아넣고 선배들이 술 퍼마시는 신입생 환영회에서 처음 만난 버드는 재수해서 들어온 동갑내기 후배.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이건 순전히 넉살 좋은 녀석이 케일에게 자꾸 들이대서 생긴 불협화음이었다.
케일은 이상하리만큼 인기가 좋았다. 학교 근처에서 한두 걸음 걷는다 싶으면 여기저기서 찾았다. 그런 그에게 미친 사교성을 발휘하는 데다가, 목에 알코올 필터를 단 것처럼 술을 퍼마시는 버드가 붙었다? 캠퍼스에 두 사람이 나란히 걷는 건 거의 불가능에 가까웠다. 케일은 그래서 버드와 따로 단둘이 만나려는 생각이 없었다. 여름 방학을 어떻게 보낸 것인지, 2학기 시작하자마자 불도저처럼 들이댄 버드와는 생각이 달랐다. 2학기 내내 견고한 케일 주변의 방패를 뚫고 껌딱지처럼 따라다닌 그는, 결국엔 케일의 유일한 술친구 자리를 꿰찼다. 누구 한 명이 먼저 마시고 있으면 다른 한 명이 찾아와 같이 마셔주는 못된 생활 습관까지 생겨버렸다.
“케일 선배야, 너 그 뭐냐, 점성술? 천문학? 그런 동아리 하던데.”
“천체 관측이야. 별 보는 거.”
점성술은 대체 어떻게 나온 거냐. 보라색 망토라도 입고 주문을 외치는 자신을 상상한 케일은 버드에게 받은 술을 홀짝거렸다. 그런데 나는 잘 안 가. 라는 뒷말을 하기엔 오늘따라 술이 달았다. 케일이 말 대신 술을 목구멍으로 넘기려는 찰나, 전혀 생각지도 못한 질문이 들어왔다.
“……넌 어디 가서 보는데?”
“우으-? 켁!”
“에이, 술 아깝게.”
버드가 시원한 얼음물을 건네었다.
“뭘 그렇게 질겁하고 그러냐. 별 보러 다니는 애들은 자기가 다니는 곳 다 비밀로 한다더니 너도 그런가 싶어서 물어본 거야. 나 그런 비밀 이야기 좋아하잖아.”
눈물이 잔뜩 맺힌 채 고개를 든 케일은 저와 눈을 똑바로 보지 못하고 데굴데굴 굴리는 버드를 보았다. 그리고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넜다고 생각했다. 술기운인지 뭔지, 두 뺨이 얼큰하게 달아오른 그를 보고 귀엽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첫눈에 반한 것이든, 이제야 제 감정을 마주한 것이든 케일의 입이 혼란을 틈타 강 건널 때 탔던 뱃사공을 아예 보내버렸다.
“무난한 곳 데려가 줄게. 학기 끝나면.”
지금 생각해도 내가 미친놈이지. 케일은 눈을 질끈 감았다가 떴다. 그게 지금 종강하자마자 두 사람이 렌트카를 끌고 근교로 나온 이유였다. 별을 보러, 이 멀리까지, 단둘이. 케일은 감당하지도 못할 거짓말을 한 대가로 로잘린에게 속성 천체 관측 강좌를 들어야 했다. 두어 번 로잘린 선생을 모시고 이곳으로 나와 별 보는 방법도 배웠다. 거짓말도 계속하면 습관이라던데. 케일은 잘 보이고 싶어서 누군가에게 거짓말하는 건 태어나서 처음이었다. 야밤에 차 끌고 나와서 팔자에도 없는 별자리 찾으며, 그게 취미라고 말하는 이런 유치한 상황도.
케일이 또 다른 관측기구를 꺼내어 설치하기 시작했다. 점차 탄성이 잦아들고 있던 버드는 요란하고 전문적인 소리가 나는 듯하자, 쌍안경에 눈을 떼고 소리 나는 쪽을 지켜봤다.
“그건 또 뭐냐?”
“토성 보여줄까?”
“……미친 거 아니야? 그 띠 달린 그거?”
“목성 줄무늬도 보여.”
로잘린이 했던 말과 비슷하게 한 케일은, 저보다 훨씬 더 격렬한 반응을 보이는 버드 때문에 어깨가 절로 들썩거렸다. 배운 대로 초점을 맞추어 달 근처에 있는 목성을 보여주었더니, 버드가 이건 폰에 담아야 한다며 난리를 쳤다.
“이번엔 오리온 대성운 보여줄게.”
“그건 또 뭐야?”
“뭐긴, 쩌는 거지.”
버드는 케일이 이렇게 즐거워하는 것을 처음 보았다. 마치 자신이 꼭꼭 숨겨놓았던 보물을 하나씩 꺼내어 보여주는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 진짜 별 좋아하는구나. 평소 무언가를 특별하게 아끼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던 케일이었다. 사실 별 같은 거 우주의 티끌만큼도 관심 없지만, 좋아하는 모습을 보니 관심 있는 척 따라 나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리온자리는 안다고 그랬지? 그 허리띠 아래에 있는 게 오리온 대성운이야.”
케일이 버드와 시선을 최대한 맞추기 위해 몸을 가까이 붙이자, 버드는 고장 난 로봇 장난감처럼 바짝 얼어붙었다. 검푸른 하늘을 손으로 가리키며 무어라 설명하는데, 하나도 들리질 않았다.
“오리온자리 보이지?”
“어, 그러니까.”
“뭐야, 오리온자리는 안다며.”
“알지, 알아.”
인터넷에서 찾아본 바로는 육안으로도 찾을 수 있다고 했다. 더듬더듬 하늘을 바라보던 버드가 수천 번 구글 이미지로 봤던 오리온자리를 찾아냈다.
“저기!”
“그럼 저거 보이냐? 별 세 개가 나란히 있는 거. 저게 오리온의 허리띠야. 저 별 세 개를 기준으로 남쪽으로 가면 게자리가 보이고, 북쪽으로 보면 황소자리가 보여. 저어어기와 저어어어기.”
저기와 저기가 어디인지 모르겠지만, 버드는 제 쿵쾅거리는 심장 소리를 케일이 들을까 봐 걱정이었다.
“그리고 오리온 대성운은 저거. 엄청 밝은 거. 망원경으로 보면 주변에 안개 같은 게 보여.”
망원경을 받은 버드는 자신이 뭘 보고 있는지도 모르면서 기계적으로 신기하다고 대답했다. 렌즈 너머로 본 별세계가 그 자신을 더 어지럽게 만들었다. 구름 위로 둥둥 뜨는 기분이었다.
***
컵라면이 익는 동안 보통 무슨 대화를 하더라? 1시간 정도 야외에 있었더니 망원경을 들 수 없을 정도로 손이 얼어버렸던 두 사람은 추위를 피해 캠핑카로 피신했다. 야식으로 챙겨온 컵라면에 물까지 부은 두 사람은 침묵 속에서 고통받았다. 평소 말이 많았던 거 같은데 오늘따라 버드가 유독 말이 없었다.
“이거 먹고 또 별 보러 나갈까?”
“으음-.”
고민된다는 듯 운을 띄우는 버드의 반응에 케일은 저도 모르게 컵라면 뚜껑을 덮고 있던 엄지를 놓았다가 다시 뚜껑을 닫았다.
“야, 그걸 손으로 하면 어떡하냐? 화상 입고 싶어?”
버드는 은근히 손이 많이 간다는 둥, 장가는 어떻게 가려는지 색시가 불쌍하다는 둥 마음에도 없는 헛소리를 했다. 나무젓가락 사이를 벌려 뚜껑을 고정해주는 버드의 손을 지켜보던 케일이 가자미눈을 떴다.
“뭐야, 너. 남이 애써서 데리고 와줬더니 생각보다 별로였나 보네.”
“……사실 별 보는 거 관심 없어서.”
“뭐?”
케일이 유일하게 들어간 동아리라고 했다. 귀찮은 거 싫어하는 케일의 취미가 별 관찰하기라니, 의외라고 생각하긴 했지만 상관없었다. 취미야 새로 만들면 되는 거지. 중요한 건 저 자신의 취향이 아니라, 제 취향인 케일이었다. 술친구를 자처해도 틈을 안 주던 케일이 제게 거의 안기듯이 붙어있었던 것도 꿈 같았고, 이 넓은 공터에 서로의 목소리만 들리고, 서로의 온기만 느낄 수 있다는 게 매 순간 놀라웠다. 이 세계에 오직 단둘이 남게 된 것 같은, 이상하고도 행복한 기분은 온 피부를 간지럽게 했다.
숨이 가빠올 정도로 심장이 쿵쿵 뛰고, 폐든 심장이든 둘 중 하나는 입 밖으로 튀어나올 것 같았다. 이 고질적인 이상 반응은 선배에게도, 동기에게도 나오지 않았다. 버드는 신입생 환영회에서 붉은 머리에 진한 갈색 눈동자를 지닌 나른한 인간 고양이 그 자체를 만난 뒤부터 항상 이 현상을 겪어왔다. 버드는 운전석에 앉아있는 문제의 원인을 쳐다봤다. 지금이 아니면 이 만성 질환을 고칠 수 없을 것 같았다. 짧다면 짧은 그 시간동안 별만 쳐다봤더니 근본 없는 용기가 솟았다.
“관심 있는 건 별이 아니라 이쪽이라서.”
“……솔직히 말해도 되냐?”
“너무 솔직하면 나 상처받아.”
너스레를 떠는 것도, 먼저 이상한 타이밍에 고백 비슷한 것도 버드인데 울상인 건 케일이었다. 누가 보면 고백했다가 차인 것 같은 그의 표정에 버드는 입꼬리가 찢어질 것 같았다. 느낌이 왔다. 평소 개똥같던 촉이 이건 진짜라고 말하고 있었다. 케일이 들고 있던 컵라면을 천천히 가져가 적당한 곳에 올려둔 버드는 은근슬쩍 운전석 쪽으로 상체가 넘어갔다.
“백 년 묵은 능구렁이 같아서 징그러웠어.”
“윽, 상처 주네.”
“거짓말. 그러면서 왜 웃어?”
재수 없게. 케일이 작은 목소리로 덧붙였다. 얼굴이 너무 가까이 붙어있어서, 그 소리는 당연하지만 모두 버드가 들을 수 있었다.
“케일, 넌 나에게 너무 야박해.”
“괘씸해서 좋은 말이 안 나와.”
버드는 케일의 속눈썹이 파르르, 잘게 떨리는 것까지 볼 수 있었다. 분위기에 취해 풀려버린 눈은 별을 머금었던 눈과 다른 의미로 매력적이었다.
“나도 별 안 좋아하는데.”
한숨 섞인 케일의 발언이 뺨의 솜털이 모두 곤두설 정도로 뜨겁게 닿았다.
“그럼 너도 별 대신 내가 좋다고 말했어야지.”
“닥치고 키스나 해.”
더는 참기 어렵다는 듯이, 케일이 양손으로 버드의 멱살을 잡아끌었다. 해가 떠오르기 직전 새벽 금성을 볼 수 있을 때까지 두 사람은 차에 머물렀다. 별을 볼 여유가 없었다.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기에도 시간이 모자랐다.
-fin
